AI시대, 시민사회는 어떻게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을까?

서민영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팀장

우리는 복합위기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기후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혐오와 차별, 불안정한 노동, 계속되는 전쟁…… 시민사회는 각각의 사회문제에 영역별로 분화되어 대응해왔고, 지난 40여 년 간 환경에서 기후, 에너지, 생태, 동물 등으로 활동 영역을 전문화하며 정부의 정책과 제도를 함께 만들어왔다. 이처럼 분절된 방식으로 활동해온 시민사회 앞에, 그 경계를 무너뜨리는 기술이 등장했다. 인공지능(AI)이다. 변화는 너무나 빠르고, 어디에서 비롯되어 어디로 향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그레이스와 로키는 각자의 행성을 구하기 위해 지식과 자원을 공유하며 치열하게 토론한다. 언어와 환경, 종족을 넘어선 연대가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이 장면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서로 다른 조건과 이해관계를 가진 주체들이, 하나의 문제 앞에서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영화 속에 머물지 않는다. AI라는 공동의 문제 앞에서, 우리 시민사회는 어떻게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을까.

AI를 둘러싼 전망은 엇갈린다. 의료와 교육의 접근성을 높여 불평등을 해소하고 기후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가 하면, 노동을 대체하며 고용절벽을 불러오고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과 가짜뉴스·딥페이크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경고도 크다. 이처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AI가 소수 기업에 독점된 산업이라는 점이다. 메타, 구글, 오픈AI 같은 소수의 기업들이 비공개 방식으로 AI를 개발하며 그 방향을 결정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사회 전체의 몫이 된다. 이를 규제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산업 진흥에 치우쳐 공공성과 책임성은 뒷전이다.

이처럼 AI의 방향이 소수 기업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 속에서, 이를 견제하고 사회적 통제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은 시민사회의 몫이다. 그러나 이 역할은 더 이상 개별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AI는 노동, 환경, 인권 등 영역을 넘나들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동 영역에서는 AI 자동화가 고용구조를 바꾸고, 환경 영역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며, 인권 영역에서는 알고리즘의 편향과 개인정보 침해가 새로운 차별을 만들어낸다. 각 영역의 문제는 분리되어 있지 않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대응은 사후 수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AI는 우리 사회의 모든 균열을 통해 흘러드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도래할 미래를 앞서 고민하고, 예견되는 문제를 미리 예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역 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시민사회는 오랫동안 사회 문제의 대안을 제시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지켜내왔다. AI시대에도 시민사회의 역할은 변함없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제 시민사회는 ‘각자의 문제’를 넘어, AI라는 공통의 조건 위에서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분절된 대응을 넘어서, 공동의 언어와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AI시대 시민사회의 새로운 과제일 것이다. 더 많이, 더 자주, 더 깊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서민영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팀장
전국 366개 시민사회단체의 상설적 연대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역과 영역, 조직과 조직,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역할을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활동가들을 사랑하고, 더 넓은 연대를 만들기 위한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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