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호흡이고 누구의 편의인가: AI 데이터센터와 공중보건 불평등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기후위기는 평등하지 않다. 그 고통은 모든 인간에게 동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물리적 터전을 잃고 이주를 준비하는 키리바시 주민과 기후위기를 아직 먼 미래의 가능성으로 여기는 국가의 주민은 전혀 다른 불안을 경험한다. 국가간 차이만이 아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에서 일할 수 있는 노동자와 폭염 속에서 휴식 통보조차 받지 못한 채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23살 베트남 이주노동자는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 역사 속 모든 재난이 그러했듯,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아래에서부터 차올라 취약한 이들의 삶부터 잠식한다. 전지구적 재난 앞에서도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이들이 먼저 그리고 더 크게 고통받는다.
기후위기의 불평등은 피해 규모의 차이만이 아니다. 폭풍이나 지진과 달리, 기후위기는 그 시작부터 인간의 의도적 활동이 만들어 낸 재난이다. 2020년 제이슨 히켈(Jason Hickel)은 대기 자원이 인류가 함께 사용해야 할 공공재이며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사용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전제 아래 탄소배출의 국가별 책임을 계산했다. 그 결과 1850년부터 2015년까지 누적된 기후위기 책임의 92%가 그 사이 산업화를 통해 경제성장에 성공한 미국, 유럽, 일본 등 부유한 국가들의 몫이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소득에 따라 책임은 달라진다. 경제학자 뤼카 샹셀(Lucas Chancel)의 분석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2019년 기준 소득 하위 50%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전체의 12%에 불과한 반면 상위 10%가 배출한 가스는 48%에 달했다. 북미 지역에 한정했을 때, 1990년부터 2019년 사이에 소득 하위 50%의 사람들의 1인당 연간 배출량은 약 23% 감소했지만 상위 1%의 배출량은 오히려 약 14% 증가했다. 기후위기로 가장 크게 고통받는 이들이 그 재난을 만드는 데 가장 적게 기여한 셈이다.
폭염이 한창이던 때 언론에 쉼없이 오르내리던 기후위기 논의가 잠잠해진 이후, 이제 우리는 매일같이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세탁기나 자동차처럼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공학 기술이 아니라 전기나 인터넷처럼 모든 영역에 적용 가능한 일반기술이라는 점, 산업혁명이 인간 육체노동을 대체했듯 인공지능 혁명은 인간 정신노동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문명사적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점점 더 분명해보인다.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AI는 클로드(Claude)나 챗GPT를 통해 주고받는 무형의 지식 형태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그 작업은 물리적 하드웨어 없이는 단 한 줄의 명령어도 실행되지 않는다. 그 핵심에 데이터센터가 놓여있다. 캘리포니아대학과 칼텍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The Unpaid Toll: Quantifying and Addressing the Public Health Impact of Data Centers>은 미국에서 이 데이터센터로 인해 생겨나는 공중보건 영향을 추정했다.
논문은 AI 데이터센터가 유발하는 대기오염을 세 가지 범주로 측정한다. GPU와 같은 컴퓨터 부품의 제조 과정이나 전력망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백업 전기를 제공하기 위한 디젤 발전기 사용 역시 중요한 원인이지만, 가장 큰 원인은 AI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막대한 전력 그 자체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진행되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결정을 번복하고 화석연료 발전을 다시 늘리고 있다. 연구진은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오염이 2028년까지 약 60만 건의 천식 증상을 추가로 유발하고 1,300명을 조기 사망에 이르게 할 것으로 예측하며, 이러한 건강 손실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부담이 연간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 경고한다.
이 건강 비용을 누가 감당하는가.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데이터센터로 인해 가구가 부담하는 건강 비용을 비교하면, 가장 높은 카운티와 가장 낮은 카운티의 차이가 약 200배에 이른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상위 10개 카운티는 모두 전국 중위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 지역이다. 특히 웨스트버지니아주의 몇몇 카운티는 자기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데이터센터가 가져다주는 세수 혜택을 누리는 것도 아니다. 이 카운티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인접한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가동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오염된 공기뿐이다.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한 사람들이 해수면 상승과 폭염, 가뭄의 직격탄을 맞듯이, AI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이는 빅테크 기업이고 그 서비스의 주된 사용자는 도시 중산층과 부유한 사람들이지만 그 AI를 돌리기 위해 타오르는 석탄의 매연은 가난한 지역의 노인과 아이들의 폐로 들어간다.
한국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자체는 AI 산업이 국가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라는 선언 앞에서 앞다투어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 한다. 그 전기는 어디서 생산될 것인가. 2025년 6월 기준으로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61기 중 29기가 충남에 밀집해 있지만, 충남에서 만들어진 전기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 사용된다. 충남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018년 김용균이, 2025년 김충현이 사망했다. 둘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하나의 차이가 있다면 김용균이 일했던 업체는 1차 하청이었고 김충현의 일터는 2차 하청업체였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 강화된 안전시스템은 원청과 1차 하청까지만 닿았고, 7년동안 위험은 더 낮은 곳으로 떠밀려 갔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강대국들이 AI 데이터센터를 24시간 돌리기 위해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설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그 결정은 전세계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증가로 이어져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그 재난의 시기를 당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3년 (2023-2025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처음으로 1.5°C를 넘어섰다. 이미 우리는 인류가 기온을 측정한 이래 가장 더운 시기를 살고 있다.
AI와 기후위기, 기회와 재난의 이름으로 다가온 이 두 흐름 앞에서 우리는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구의 몸이 대가를 치르고 그 열매는 누가 가져가는가. 누구의 호흡으로 누구의 편의를 떠받치고 있는가. 그 질문을 놓치게 되면, 인류세의 시기가 끝나는 임계점은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 김승섭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에서 장애인, 이주민, 불안정 노동자 등과 같은 취약계층의 삶과 건강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등의 단행본을 출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