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잘 쓰는 법?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리터러시

전규해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

바야흐로 생성형 AI가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시대다. 업무 시작 전 AI엔진에 로그인해 어제까지 작업한 대화를 확인하는 것이 어느덧 자연스러운 아침 루틴이 되었다. AI의 발전과 관련하여 항상 변호사라는 직업의 전망이 거론되지만, 사실 법리 검토나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는 실무 영역에서는 그 활용도가 아직 낮은 편이다. 오히려 나는 ‘듀얼 브레인(Dual Brain)’이라는 말 그대로 AI와 함께 고민하며 일을 하고 있다. 특히 한정된 자원으로 매년 다양한 사업을 기획해야 하는 비영리 조직의 특성상, AI는 매우 든든한 업무 파트너이다.

사단법인 온율은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비영리법인에 대하여 운영 전반에 관한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대형 사회복지법인부터 기업 사회공헌재단, 공공기관, 비영리스타트업까지 자문 대상도 다양하다. 나아가 이들이 본연의 설립 목적대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을 개선하는 공익법제 개선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2024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율촌∙온율 공익법제 컨퍼런스’는 그 고민의 산물이다. 지난 4월 21일에도 ‘비영리법인 규제혁신 및 새로운 법적 패러다임’을 주제로 논의의 장을 열었다.

하지만 비영리 조직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설립허가제 폐지, 비영리법인의 합병·분할 근거 마련, 공익법인 세제 개선, 기부 문화 활성화 등 해묵은 아젠다들은 큰 진전 없이 매년 공전(空轉)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행사 담당자인 나의 고민은 ‘오래된 쟁점들 사이에서 어떻게 새로운 시각을 발굴해 유의미한 목소리를 낼 것인가’에서 시작한다.

과거라면 이전 행사 자료집을 일일이 읽으며 업무를 시작하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먼저 AI에게 온율이 그간 진행했던 유사 주제의 기획안과 자료집을 학습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행사 이후의 법령 개정 사항과 신규 발의 법안을 추린 후, 다른 유사 행사들의 일정, 장소, 주제, 주최 및 후원기관 등을 전방위로 파악한다. 나아가 학계의 새로운 논의와 해외 입법 동향, 최신 트렌드까지 훑으며 로펌 공익법인인 온율이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AI와 치열하게 토의한다. 수없이 질문을 쏟아내고 반박을 거듭하며 자료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치자, 비로소 회의 탁자에 올릴 세 가지 핵심 테마가 응축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정보의 취합이 아니라, AI에게 사업의 목적, 목표, 기대효과를 명확히 인지시키는 작업이다. 우선순위부터 지양해야 할 리스크 포인트까지 정교하게 설계할수록 AI는 우리가 수긍할 만한 답을 내놓는다. 이러한 의도가 결여된 결과물은 AI가 작성한 티가 역력한, 가독성 낮은 리서치 자료에 불과하다.

따라서 역설적이게도 AI를 업무에 사용한 이후 내가 AI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작업은 리서치나 자료 정리가 아닌 내 생각을 설명하고 조율하는 과정이다. AI의 막힘없는 답변에 내 의견을 얹고 수정하며 막연하던 기획을 구체화한다. 협업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이다. 자료 리서치는 AI의 몫으로 남겨 두고, 본격적인 작업 전 다양한 참여자들과 진행하는 기획회의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이처럼 AI와 함께 일하는 풍경은 비단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물론 비영리 섹터 내부에는 AI가 또 다른 사회적 격차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당장의 열악한 활동 환경을 개선해 줄 실질적인 기술로 바라보는 기대 역시 크기에, 현장에서는 AI활용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과연 AI를 잘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남들보다 앞서 구입해 사용하는 ‘얼리어답터’처럼, 단순히 새로운 AI 서비스의 목록을 꿰고 그 이용법을 익히는 것이 전부일까? 만약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이는 ‘기계’와 ‘기술’의 차이를 혼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성형 AI는 단일한 조작법으로 작동하는 단순 기계가 아닌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시와 의도를 양분 삼아 답을 내놓는 기술이기에, 결국 핵심은 기술을 다루는 사용자의 생각에 있다.

만약 질문자가 조직의 일원으로서 AI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우선 조직이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하는지 그 지향점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AI가 제공하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조직의 미션에 부합하는 세밀한 방향성을 골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질문자의 숙련도와 상관없이 일관된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사업의 방향성을 같은 깊이로 이해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AI를 잘 쓰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 구성원 간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조직의 지향점을 모두가 명확히 알고 있을 때 비로소 가장 훌륭한 질문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AI 기술을 가장 탁월하게 활용하는 조직은 기술적 숙련도가 높은 곳이 아니라, 조직의 미션 위에서 구성원 간의 소통이 가장 원활하게 되는 조직일 것이다.

 

✍🏻 전규해 |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
2016년부터 법무법인(유) 율촌이 설립한 사단법인 온율에서 공익 전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사내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하며 전문가의 프로보노 활동을 지원합니다. 또한 비영리 조직의 설립과 운영 전반에 관한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교육과 제도개선활동을 통해 비영리 섹터의 외연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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